천하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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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 Contributor - The Players' Tribune

난 이상혁이다. 해외 팬분들께서는 “신”, 한국팬 분들께서는 “불사 대마왕”이라고 불러주시는데, 나는 “신”이라는 호칭이 더 좋다. 왠지 대마왕 보다 신이 더 높은 느낌이 든다. 게임에서는 “페이커”로 알려져있다. 스무살의 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최고의 플레이어이다.

8살 때 부모님께서 첫 컴퓨터를 사주셨지만, 나는 이미 다른 아이들처럼 게임에 빠져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다른 게임기들로 말이다. 게임 카트리지가 작동이 잘 안될 때 입으로 불기도 해봤고, 친구들과 드래곤 볼 Z 부도카일의 세계에서 서로 신물나게 대결하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는 내가 e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지금처럼 수천명으로 꽉 찬 경기장에서, 그리고 수백만명이 인터넷으로 보는 가운데 게임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중학교를 다니던 2011년 LoL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빠른 속도로 배우고 습득했다. 어린 아이때 부터 프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봤지만, e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LoL 신인 시절에 EDG팀의 미드라이너 ‘훈(HooN’) 선수를 많이 분석했었다. 지금도 종종 플레이하는 “라이즈 (Ryze)”에 대한 ‘훈’의 가이드를 보고 난 프로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그 후로 점점 실력이 늘어 레벨 30을 달성하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난 한국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직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았지만 게임에서 만큼은 지지 않았고 어느새 보니 한국 서버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SK텔레콤과 계약하기 전에 부모님과 심각하게 상의를 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프로 게이머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제대로 말씀드린 적도 없었다. 대신, 잘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는 말씀드렸다. 그 결정을 하는데 있어 특별히 응원해 주시거나 지지해주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꿈을 향해 갈 수있는 자유를 허락해 주셨다. E스포츠가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분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우려하시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 뭐, 그래도 지금까지는 매우 잘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나도 인정한다.

지난 금요일 롤드컵 준결승에서 ROX 타이거즈가 주도권을 잡고 3세트를 이기면서 2:1로 우리를 앞서가기 시작했을 때, ‘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게임 중에는 최대한 감정이 안드러나게 하려고 한다. 팀동료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하기도 한다. 최대한 침착하게, 흔들림 없이, 너무 설레발 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에 처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3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결승전에서 2- 0으로 KT Bullets한테 지고 있었지만, 세 판을 내리 이기며 역스윕으로 우리팀이 우승했다. LoL에서는 한 두번 멋진 플레이가 터지면 조바심을 떨쳐버릴 수 있다. ROX가 3세트를 가져갔을 때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집중만 잘하면 상황을 반전 시킬 수있다고 믿었다.

연중 내내 여러 대회들이 이어지지만 결국 롤드컵 출전이 모두의 목표다. 챔피언십 컵과 수 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기도 하고 e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최고 권위의 대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팀은 롤드컵에서 2번 우승한 경력이 있다. 2013년과 2015년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올해 우승하게 되면 4년 간의 프로게이머 생활 동안 세 번을 우승하게 되는 셈이다.

언제 선수 활동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이 우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최고의 위치에 도달한 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주위에서 봐왔다.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리가 ROX한테 밀리기 시작했을때, 관중들이 점점 ‘스맵 (Smeb)’과 ‘피넛 (Peanut)’ 선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둘 다 뛰어나고 당연히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선수들이지만, 솔직히 그로 인해 자극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거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난 내가 정말 잘한다고 자신한다. 나보다 못하는 선수들에게 지고 있으면 화가 난다. 내가 화났을때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는 지난 두 게임을 통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4세트에서는 주도권을 되찾았다. Bengi가 백도어 갱킹을 할수 있도록 내가 쿠로를 유인하는데 성공한 순간, 우리가 이길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SKT에 처음 합류했을때 부터 Bengi와 게임을 해왔지만, 그날 최고의 실력을 뽐냈던 것 같다. 바론 버프를 얻고 탑라인에서 상대방을 쓸었담았을 때 게임은 끝났다. 5세트 전에는 락커룸 분위기는 훨씬 편안했다. 전략을 검토하면서 초콜릿을 먹은지 한 시간 뒤 우리는 롤드컵 결승전 진출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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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실력 못한 플레이어한테 지고있으면 열받는다. 지난 두 게임, 내가 화났을때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았을 것이다.

SKT와 계약한지 채 몇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생애 첫번째 롤드컵 우승을 위해 경기를 하던 장면을 돌이켜보면,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수많은 팬분들 앞에서 트로피를 들고있던 그 순간이 지금도 내 커리어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이다. 한국 뿐아니라, 해외에서도 나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것을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다. 그날 PC 앞에 앉았을 때 해외팬분들이 보내준 큰 환호성과 열렬한 응원을 통해 팬들의 열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뇌리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는 바로 2014년에 파리에서 열린 LoL 올스타전에서 현장에 오신 관람객분들이 나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을 때다.프로 LoL 게이머가 된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현장에 오신 팬분들의 어마어마한 환호가 부담스럽고 적응하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즐긴다. E스포츠의 매력이라고 할까?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이런 시끌벅쩍한 환경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나는 몇년 전의 나와 많이 다르다. 지금의 나는 이런 상황도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프로 LoL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만약 내가 유명해지면 어떨지 상상해보곤 했다. 사람들에게 둘러쌓이고 나를 알아봐주는 것에 천천히 적응해 나가고있지만, 유명한 것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을 하거나 싸인 부탁을 하실 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깨닫게 된다. 이런 태도는 e스포츠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외의 삶에서도 평생동안 추구해 나가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LoL에 전념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E스포츠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과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지금까지는 물리와 화학에 흥미를 가졌었는데, 최근에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년 후면, 전세계적으로 e스포츠는 우리가 미처 상상해 보지 못한 방향으로 거대해져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선수와 관객, 그리고 더 큰 경기장 등이 있을테고 또 누가 아는가? 그때면 드디어 미국 팀이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LoL에 아직 몸 담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있을 수도 있다. 나와 팀동료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는 테일러 스위피트 (Taylor Swift) 팬이고 가끔 쉬는 날에는 Warcraft III을 한다. (참고로, 내가 우리팀은 물론 전세계에서도 Warcraft를 최고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희망이라면, 후에 사람들이 내가 활약하던 시대를 돌아봤을 때 좋은 기억으로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세대 친구들이 커서 ‘페이커”처럼 되는것이 꿈이라면, 나는 최고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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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우리는 다시 스테이플스 센터로 돌아가 삼성 갤럭시와 붙는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이길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SKT와 함께한 시간은 놀라운 여정이었고 하루하루 같이 할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하는 마음이다.올해 초만 해도 점점 실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나만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LoL을 잘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계산과 직감이 적절히 어우러져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공부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플레이가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에 적합한 플레이를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할 수 있다.

올해 초에는 그런 직감을 살짝 잃었던 것 같았고, 과연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생 게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2016년 초, 내가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했던 적이 있었고, 이제 다른 선수들이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는 세간의 평이 맞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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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illable

My name is Lee Sang-hyeok. My American fans call me “God.” My Korean fans know me as “the Unkillable Demon King.” I actually prefer God, because it feels just a little bit hig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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